전기차와 수소차는 모두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운행 중 배출가스만으로 친환경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량의 제조, 운행, 폐기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는 LCA(수명주기평가) 관점에서 보면, 두 차량의 경제성과 환경적 비용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생산, 운행, 폐기 단계별 총비용 및 배출량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산단계: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제조비용 차이
전기차와 수소차의 LCA 분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생산단계의 에너지 투입과 원자재 비용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생산이 전체 차량 생산비용의 약 30~40%를 차지하며, 특히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소 금속의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2025년 기준으로 배터리팩 1 kWh당 생산비용은 약 120달러 수준이며, 중형 전기차에 필요한 60 kWh 배터리의 제조비용은 약 700만 원에 달합니다. 또한, 배터리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70~110kg CO₂e/kWh로 추정되어, 차량 1대 기준 약 4~7톤의 탄소가 발생합니다. 반면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Fuel Cell Stack) 제작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백금 촉매와 복잡한 셀 구조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보다 단가가 높고, 현재 기준으로 1대당 약 1,000만 원 이상이 추가 소요됩니다. 다만, 연료전지의 소재 효율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재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 비용 절감 여지가 있습니다. 즉, 생산단계에서는 전기차가 제조비용은 낮지만 탄소배출이 높고, 수소차는 제조비용은 높지만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을 보입니다.
운행단계: 충전·유지비 기반의 경제성 비교
LCA의 두 번째 핵심 단계는 운행과 유지입니다. 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으며, 전력 공급원이 재생에너지일수록 그 친환경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충전비는 평균 kWh당 350원 정도로, 100km 주행 시 약 2,500~3,000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합니다. 유지보수 비용은 내연기관차 대비 약 40% 수준으로, 5년간 평균 정비비는 약 150만~200만 원으로 매우 경제적입니다. 반면 수소차는 충전 속도(약 5분)와 긴 주행거리(600km 이상)에서 장점을 보이지만, 수소 연료 단가가 높습니다. 1kg당 약 8,000~9,000원으로, 1회 충전 시 약 6kg이 필요하므로 주행 100km당 약 1,000~1,200원이 소요됩니다. 이는 전기차보다 약 30~40% 비싼 수준입니다. 다만, 장거리 운행이 많거나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는 연료비 차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비 측면에서는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성이 높고, 엔진 오일이나 필터 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주요 부품의 수리비가 적습니다. 요약하면, 운행단계에서 전기차는 저비용·고효율 구조, 수소차는 고비용·고성능 구조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일상 주행 중심의 소비자는 전기차, 상용 또는 장거리 운전자에게는 수소차가 더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폐기 및 재활용단계: 장기적 환경비용 관점
LCA의 마지막 단계는 차량의 수명 종료 후 폐기와 재활용 과정입니다. 전기차의 가장 큰 환경적 도전은 배터리 재활용입니다. 배터리 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회수율은 2025년 현재 약 60~70% 수준이며, 재활용 비용은 1 kWh당 약 15~20달러 정도로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국내외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2030년에는 회수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 방식도 늘어나며, 배터리의 수명 가치가 2차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반면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 내 백금 촉매의 재활용 효율이 높아, 회수 시 약 90% 이상의 금속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보다 부피가 작고, 폐기 시 유해물질 배출이 적습니다. 하지만 수소차의 인프라와 재활용 체계가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대량 처리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단점입니다. 즉, 전기차는 재활용 효율이 낮지만 산업기반이 크고, 수소차는 효율은 높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구조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두 기술 모두 ‘순환경제형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진정한 친환경 이동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LCA 기준으로 비교하면, 단순한 충전비나 연비 이상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기차는 생산단계의 탄소배출이 높지만, 운행 및 유지비 절감 효과가 크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반면 수소차는 제조비용이 높지만, 폐기 시 자원 회수율이 높고, 장거리 운행 효율성이 우수합니다. 결국 전기차는 경제성 중심, 수소차는 지속가능성 중심의 접근이 적합합니다. 향후 정부와 산업계가 전력망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수소 생산의 탄소 배출을 줄인다면 두 기술은 상호보완적 발전을 통해 진정한 탄소중립 모빌리티 체계를 완성할 것입니다.